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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심리분석/나는솔로분석

광수가 잠옷이 필요했던 이유(광수는 아직도 상황극ing, 광수어 해석)

나는 솔로 12기 모태솔로특집 최종화(83화)에서 가장 웃긴 장면이었던 상철의 질문 "잠옷이 없어요?" ㅋㅋㅋ 광수의 독특한 화술과 공대생 상철의 이과 화술이 만나서 명장면이 탄생했다. 이때 광수가 말한 "내가 가장 필요했던 건 잘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잠옷이었어요."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나름대로 직관(?)적인 편이었던 물음표, 마침표에 비해 해석이 분분하던데, 광수의 다른 행동등을 통해 분석해 보고 광수의 생각을 추측해 보겠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광수는 잘 때 편안한 잠옷처럼 얘기할 때 편안하게 들어주는 상철이 필요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자기가 이미 짜둔 시나리오대로 상철을 들러리 세워놓고 연극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방송 중간중간에도 그렇고 후기 때도 밝힌 대로, 광수는 솔로나라를 하나의 무대로 생각하고 자신이 그 연극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듯한 모습이 보인다. 옥순이와 끝맺지 못한 에필로그를 대신해서 연출하고 마무리하기 위한 무대로 혼자 하는 독백은 설득력이 떨어지니 자신의 말에 공감하고 잘 들어주며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 같은 상철을 상대 배역으로 낙점한 것이다.
(영철에게는 말해봤자 팩폭만 돌아올 뿐이고, 영호는 자기 일이 아닌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고, 영식은 사랑에 빠져서 전혀 공감을 이끌어 낼 수가 없고 영수는 광수입장에서는 연적이다.)

그래서 초대받지 않은 배우 영수의 등장에 저렇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광수는 이미 무대를 세팅해 놓고 연극을 시작하려 하는데 그 몰입을 깨는 영수가 등장한 것이다. 아무리 광수가 시나리오를 열심히 짜고 상황극의 달인이어도 실시간으로 시나리오의 허점을 지적하며 몰입을 방해할 영수와 함께 연극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무대를 만들어 놓고 상철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한다. 옥순에게 못 다 한 사과를, 다음날 초인종을 4번이나 누르고 종을 5번 칠 동안 해소하지 못 한 감정을 미리 푼다. 또 해당씬이 아직 광수의 상황극과 에필로그가 끝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 광수의 눈이다. 광수는 어제 옥순이에게 상황극을 했던 것처럼, 미리 계획했던 에필로그를 진행하려 했을 때처럼 또 눈을 감는다. 아무리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사는 광수라도 솔로나라와 상황극 간의 전환에는 꼭 필요한 절차인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재밌는 점은 광수의 예상과 달리 모두 공감해 주고 잘 들어주는 상대였던 상철이 의도치 않게 광수의 산통을 깨는 팩폭을 한번 한다. 광수의 밑도 끝도 없는 자책이 이어지자 위로하려는 듯 그래도 광수의 실수 때문이라고만 얘기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광수는 딱 잘라 아니라고 한다.

이 부분이 사실 광수가 그토록 사과에 집착하고 또 집착했던 이유라고 보이는데, 광수는 옥순과의 관계가 망가진 게 자신의 '실수' 여야만 한다. 상철이 말대로 자신의 실수가 없었는데도 옥순과의 관계가 어그러졌다면, 그건 옥순이가 처음부터 나한테 별 감정이 없었다는 뜻이고 그것만은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관계는 잘 될 가능성이 높은 관계였고, 우리 둘이 좋았지만 멀어진 관계여야 했고, 실수에 대한 사과를 하고 나면 관계가 다시 회복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그게 광수의 시나리오이자 옥순이가 없더라도 마무리 짓고 싶었던 광수의 에필로그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