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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심리분석/나는솔로분석

순자가 최종 선택을 못 받은 이유(모태솔로가 밀당하면 안되는 이유)

나는 솔로 12기 모태솔로특집 최종화에서 영철과 순자 모두 선택을 하지 않으면서 순자는 결국 최종선택에 실패했다. 그리고 엠씨들이 순자와 영철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자꾸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치켜세우던데 영철이 선택 안 한 것도, 순자가 선택 안 한 것도 상대를 향한 배려라고 보기에는 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분석해보려 한다.

# .모태솔로의 밀당?

결론부터 말하면 솔직히 말해서 최종선택 때 순자가 영철보다 순서가 먼저였다면 순자는 최종 선택했을 거라고 본다. 순자는 영철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선택을 못 받은 이유는 순자의 밀당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철과 순자 서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은 슈퍼 데이트 중에 갑자기 튀어나온 순자의 생뚱맞은 발언이다. “지금은 (영철을) 되게 많이 높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일 최종 결정은 어떻게 해야 될지는 모르겠어요. 정이 들어버린 건지 서로 선택해 줬다는 고마움인지 이성으로서의 마음인지. ‘이거다’라는 느낌표보다는 ‘뭘까’라는 물음표가 많은 것 같아요.”

이 대사가 굉장히 웃긴 게 지금까지 순자가 영철에 보여준 스탠스에 반하는 발언이다. 심지어 이 대사 바로 직전에도 영철에게 뭐라 했냐면 배울 점 많은 멋있는 어른, 남자 친구이나 남편으로 봤을 때도 속상할 일 없어, 여자 문제 술 문제 깔끔, 안 맞는 취미가 유일한 걱정이었는데 먼저 등산 제의 해줘서 그것마저 해결되었다며 거의 역고백 수준의 하트를 남발하다가 저런 말을 한다.

굳이 이렇게 순자의 대사 하나하나 안 읊어도 순자는 인터뷰에서 영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이나 고민을 하는 점이 거의 없었고 딱 하나 있었던 고민이 신혼 데이트 선택 전 인터뷰에서 영철이 찾아오길 기대하면서 취미가 살짝 안 맞는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이 있었는데 이번 마지막 슈퍼데이트에서 그것마저 영철이 등산 가자고 제의한 걸로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바로 이어서 왜 저렇게 한 발 물러서는 대사는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고 보면서도 정말 황당하다. 이에 대한 해석이야말로 순자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한 결정적 문제인데 이 부분이 순자가 잘하지도 않는 밀당을 갑작스럽게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거의 고백과 다름없는 말을 수차례 쏟아내고 보니 너무 을의 처지가 될까 같은 두려움이 앞섰는지 급하게 도도한 척 비싼 척 밀당을 하기 위해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을의 연애는 밀당을 하면 달라진다?

왜냐하면 바로 전 날 아무도 선택을 받지 못해서 혼자 고독정식 시리얼 먹었던 순자가 이런 얘길 한다. 내가 그동안 왜 안 됐던 지에 대해서 고민해 본 계기가 되었다고. 그러고 보면 순자는 정숙과 함께 쭉 남출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했던 쪽이다. 그러나 정숙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활동하며 영식에게도, 영호에게도, 영철에게도 호감을 표현하려고 나름 노력을 많이 했던 여출이다. 하지만 그 노력의 방향이 어디까지나 을의 스탠스를 취하는 거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위 세 명의 남출 모두에게 세컨드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좀 달리 보여야겠다고 결심했는데 또 무너지고 거의 고백조로 말하고 있는 걸 깨닫고 마음속에서 헉하고 다급하게 밀어내는 척하는 말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최종 결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연애초보가, 특히나 모태솔로가 밀당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나온다. 모태솔로들은 상대방의 마음이나 감정상태에 대한 분별능력이 없기 때문에 지금이 밀당을 해도 될 타이밍인지 아닌지를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마음이 크지 않은데 어설프게 시도하는 밀당은 상대방이 도망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꼴이다.

#.어설픈 밀당의 최후

재밌는 건 그걸 받는 영철의 태도다. 기다렸다는 듯이 '오히려 좋아' 하면서 날름 순자의 말을 받는다. 영철이야말로 정말 순자에게 거의 마음이 없었다고 보인다. 달리기 할 때도 운동선수인 영철이 거의 뛰어오는 것을 보면 영철은 슈퍼 데이트권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받아서 쓰긴 써야겠고 옥순에게는 부담 주고 싶지 않고 순자랑 나갔다 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어떻게 이 관계를 보기 좋게 마무리할까 고민 중인데 순자가 먼저 알아서 길을 먼저 터주는 듯한 반응을 하자 덥석 물어버린다. 순자 네가 편한 대로 선택해라. 여성이면 더 무서울 수 있고 어려울 수 있다. 난 충분히 이해한다. 이걸 가지고 패널들이 여자에 대한 깊은 배려로 해석해서 남자들이 받아 적을 게 많다고 그러는데 참 웃프다.

순자가 뒤이어 왜 자꾸 멋있는 말만 하는 거냐고 감동하듯이 대답하긴 하는데, 속으로는 아마 벌써 도망갈 길을 열어두는 것처럼 보이는 영철 때문에 걱정이 앞서지 않았을까. 영철은 쐐기를 박는다. "우리 서로 선택해서 나가자는 말도 고민하는 입장에선 강압일 수 있다." 이 말은 순자를 위한 말일 수도 있지만, 실은 영철 스스로를 보호하는 말에 더 가까운 말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때 순자의 표정을 보면 어, 이건 아닌데 싶은 표정이다. 다급해진 순자가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말한다. 6명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게 영철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눈에 안 들어오고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영철이는 한번 생긴 틈은 끝까지 물고 뜯는 승부사다. 그런 고민을 먼저 말해줘서 고맙다고, 듣고 나니 오히려 내 마음이 더욱 편해졌다 받아친다. 순자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어필합니다. 내가 이러니까 반하는 거 아니야.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인 줄도 모르고..

그날 저녁 인터뷰와 다음 날 최종 선택 때 순자는 같은 뉘앙스의 말을 반복한다. 내가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최종선택까지도 저를 많이 배려해 주신 그분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밀당보다 자기 객관화

순자가 예의도 바르고 배려도 깊고 애교도 많고, 왜 여태 모쏠인지 모르겠단 얘기가 많았는데 조금은 알 것 같다. 순자는 타인들에게 상냥한 이상으로 자신에게도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영철에게 굉장히 평범하게 까였을 뿐인데 이걸 어떻게 배려, 나아가서 사랑으로까지 격상시키는지 보면서 조금 안타까웠다.  현실을 지나치게 이상화하여 극복하려는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면 그동안 순자가 했던 말 들이 떠오른다. 나 예쁘지? 나 귀엽지? 등의 말을 4박 5일 내내 하는 게 농담이나 애교인 줄 알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말들은 본인이 아니라 남들이 해줄 때 의미가 있는 말이다.  조르듯 물어보지 말고 조금 더 자기 객관화와 현실 인식을 한다면 다른 매력이 많은 순자도 분명 모태솔로를 벗어나 좋은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다.